5월 15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선물이다, 촌지다, 이런 괜한 오해를 살까봐 일부러 행사를 안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학생에게 선물을 주며 행사를 꿋꿋하게 이어오는 학교가 있습니다. 윤병철 기자가 찾아갔습니다.
오랜만에 모든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서로를 마주합니다.
이곳 학교에선 매년 스승의 날에 선생님들이 평소에 모은 사도장학금을 모범학생들에게 선물하는 문화가 내려오고 있습니다.
공부 뿐만 아니라, 생활도 이해하고 돕겠다는 선생님들의 성의입니다.
▶황보연 학생 / 대전글꽃중학교
“최근에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선생님들께서 격려해 주시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학교생활 하라는 차원에서 이 상을 주신 것 같아서 너무 감사 드립니다.”
수 십명의 학생들이 이런저런 상을 받고 내려간 다음, 이번에는 학생들이 선생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 드립니다.
카네이션의 꽃말은 사랑과 존경.
올해 부임한 새내기 선생님은 학생의 손이 가슴에 닿는순간 눈물이 핑 돕니다.
오래 교단에 서온 선생님의 눈가도 촉촉합니다.
고맙다는 말보다 먼저 팔이 뻗어져 학생을 안아줍니다.
▶박상원 교사 / 대전글꽃중학교
“마음은 매우 뿌듯하고 좋고..스승의 날인데 신규 교사라 아직 스승이라는 느낌은 스스로 안들고..‘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착하고 성실한 학생들이 많거든요, 학생들이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잘 생활했으면 좋겠습니다.”
▶권선희 교사 / 대전글꽃중학교
“어떤 때는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생각도 들곤 하는데.. 오늘 같은 날 이렇게 ‘선생님 사랑합니다‘하고, 포옹하고 꽃 달아주고 하니까..감동의 물결이 밀려와서 울컥 했습니다. 오늘 같이만..학생들이 멋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회의 흐름에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교권 신장운동까지 부상하는 요즘.
자유분방한 학생들을 대하기가 점점 어려워 진다는 것이 교실 현장의 목소리지만, 그렇다고 자기 학생을 포기하는 선생님은 찾을 수 없습니다.
▶조국연 교사 / 대전글꽃중학교
“학생들이 말로 해서 잘 들어준다면 그곳은 학교가 아니라 천국이죠. 학생들은 당연히 말을 안 듣고 장난치고 하지만, 그 아이들과 같이 가주는 것이 선생님이거든요. 조금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 예전과 다른 점일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아이들이 따라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석범 교장 / 대전글꽃중학교
“시대 정서의 변화에 따라서, 선생님을 좋아하는 모습이나 방법이 달라질 뿐이지, 학생을 사랑하는 선생님에게 학생들이 따뜻한 정을 느끼는 그 모습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끈끈하게 잘 이어져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식행사가 끝난 후 곧바로 수업시간, 방금 전의 들뜬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이틈에 남학생들은 선생님의 연애시절 이야기가 궁금해 캐물었고, 선생님은 교과서를 펴다 말고 소시적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여학생들은 갖가지 치장과 인사말을 칠판가득 풀어놓고, 장문의 편지를 전달해 선생님의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김효은 학생 / 대전글꽃중학교
“말썽 부려도 선생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있으니까, 이렇게 혼나기도 하고 놀면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이형규 학생 / 대전글꽃중학교
“저희들 땀내 나는 교실에서도 맨날 웃어 주시고 놀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희 계속 사랑해주실 거죠?
▶ 윤병철 기자 / CMB대전방송
오랫만에 학교현장에 와보니 제 학창시절이 떠오릅니다. 그대보다는 지금 학생들이 선생님과 조금 더 가깝고 솔직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우리 시청자여러분도, 오랜만에 선생님에게 문안인사 드리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CMB뉴스 윤병철입니다.
(영상취재 백경현)